하늘 위 걷는 롤러코스터…포항에서 누리는 마법의 순간

입력 2022-01-13 17:09   수정 2022-01-14 02:25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김영하 작가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죠. 김 작가의 말처럼 경북 포항에 최근 아찔하면서도 마법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독특한 조형물이 들어섰습니다.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인데요. 이곳을 걸으며 올해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원해보면 어떨까요.
포항 풍경 감상하는 체험형 예술작품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있는 스페이스워크가 지난해 11월 19일 개장했다. 포스코가 2년7개월에 걸쳐 제작한 뒤 포항시에 기부한 스페이스 워크는 사람들이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면서 포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변화무쌍한 곡선의 부드러움과 웅장한 자태가 돋보인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 25m에 이르는 스페이스 워크를 만들기 위해 317t의 철강재가 사용됐다. 설치 장소가 해안가임을 감안해 부식에 강한 프리미엄 스테인리스 강재를 썼다고 한다.

스페이스 워크는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롤러코스터처럼 보인다. 철 구조물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울창한 숲과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오밀조밀 모여 있는 포항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 계단을 걸을 때는 영일만 바다 위를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현재 평일 하루 6시간, 주말·공휴일 7시간으로 제한 운영하고 있지만,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체험형 ‘뷰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7일까지 방문객이 11만 명을 돌파했다. 롤러코스터만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예술가 하이케 무터 부부 제작
스페이스 워크를 걷다 보면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유영하거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겁이 날 수 있다. 트랙 위에 올라서니 바닥이 까마득하다. 조형물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출입구가 한 곳뿐이어서 오가는 방문객들의 동선이 겹친다. 이 때문에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자주 마주치는 것은 다소 아쉽다.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법정 기준 이상의 풍속과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동시 수용 인원을 250명 이내로 제한해 인원 초과 땐 출입 차단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세계적인 조형물 ‘타이거 앤드 터틀 - 매직 마운틴(Tiger & Turtle - Magic Mountain)’을 본떠 만들었다. 원조 격인 독일 조형물(높이 18m, 총길이 220m)보다 규모는 더 크다. 독일의 원조 조형물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스페이스 워크를 직접 만들었다.
시민 의견 적극 수렴한 공공미술 모범사례
포스코와 포항시는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철’을 소재로 작업하기로 방향을 잡았고, 2019년 6월 공모를 통해 이들 부부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 부부는 포항을 세 차례나 방문해 이 지역을 이해한 뒤 포항만의 문화와 시민들의 특성을 해석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한다. 국내 조형·건축·미술 전문가와 포항시, 포스코 관계자로 구성된 자문위원단, 시민위원회가 최종 디자인을 결정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대형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은 “스페이스 워크 건립 사업은 시민들의 의견을 포항시와 포스코가 적극 수렴해 공동으로 추진한 공공 미술사업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밤에 더 아름답다. 영일만 일몰이 바닷속으로 사라진 뒤 모든 관람객이 스페이스 워크에서 내려오자 눈부신 조명이 들어왔다. 스페이스 워크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처럼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스페이스 워크 건너편 포스코 산업단지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불빛과 함께 눈부신 빛의 오케스트라가 고요한 연주를 시작했다.
Tip - 함께 가보세요
호미곶 광장 '상생의 손'

호미곶해맞이광장에 있는 ‘상생의 손’은 스페이스 워크가 생기기 전까지 오랫동안 포항을 대표하는 조형물이었다. 1999년 6월 제작에 착수해 12월에 완공된 작품으로, 새천년을 축하하며 희망찬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새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 도우며 살자는 뜻을 담았다. 호미곶해맞이 광장이 유명한 일출명소여서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해를 담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포항=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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